말라위에 핀 백합화

LA 크리스찬 투데이 연재 2015/03/04. 3회/총8회

작년 여름 2주간의 일정 속에 아프리카의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말라위에 다녀왔습니다. 10만여 개의 핀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가서 그곳의 여성들에게 핀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예수님의 사랑도 나누었습니다.
 
2013년 겨울 밴쿠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핀을 만들면서 SOC(Season Of Christ)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 하나가, 선교지에서 핀을 제작하도록 하고 후원금을 월급으로 보내드리면 현지 분들을 위해서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선교사님들께는 복음을 전할 기회가 되는 총체적 선교 사역이었습니다.
 
이 마음을 페이스북을 통해 나누었더니 말라위에서 간호사로 의료선교를 하고 계신 이미숙 선교사님으로부터 이 사역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여러 가지 현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말라위가 이 사역에 꼭 필요한 곳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교사님을 통해 열여섯 분의 말라위 여성분들이 핀 만드는 일을 하려고 오셨는데, 젖먹이 아기를 데리고 오신 분도, 연세가 있으셔서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분들도 오셨습니다. 평생 한 번도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분들이기에 그분들께는 정확한 각도를 맞춰 포인세티아와 백합 핀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잘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여러 번의 설명으로도 각도 맞추기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잘하는 사람만 일하도록 하고 잘못하는 사람은 돌려보내야 하지 않나 하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SOC 사역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것이기에 이틀 동안의 교육 후 저희는 아이디어를 짜서 꽃잎과 왕관을 올려만 놓으면 자동으로 각도가 맞아지는 틀을 만들어 모든 분들께 나눠드렸습니다. 그곳은 흔한 두꺼운 종이조차 구하기 힘든 곳이라 버려지는 약상자들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시력에 문제가 있어서 틀이 있어도 핀을 만드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분도 한 분 계셨는데, 그분께는 재료들을 열 개씩 세서 준비해 놓는 일을 맡겨 드렸더니 일을 못하게 되어 근심이 가득해졌던 얼굴이 금세 환해졌습니다.

하루의 교육을 마치고 나면 누군가 즉석에서 가사를 지어 선창을 하고 모두가 함께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곤 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일자리가 생겨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는 내용의 노래랍니다. 절대적 빈곤 속에서 작은 일에도 그렇게 감사하고 기뻐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오히려 저희가 은혜를 받고 함께 기뻤던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때 떠올랐던 말씀이 예수님의 포도원 일꾼 비유였습니다. 오후 5시가 되도록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 장터에서 서성이던 일꾼들은 포도원에 불려가 겨우 한 시간을 일하고 하루 일당을 받았습니다. 아침부터 일한 일꾼들은 감사를 잊고 화를 냈지만, 마지막에 불려온 사람들이 받은 건 일당이 아니라 은혜였습니다. 저희 SOC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전달되는 모습이 우리에겐 깊은 감사가 되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엔 처음으로 말라위에서 만들어 보내온 핀을 나누었습니다.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예쁜 핀들을 받으며 많은 분들이 말라위 사역에 관심을 보였고 함께 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부활절을 위한 백합 핀이 도착했습니다. 이번 부활절엔 더 많은 핀이 나눠질 수 있게 돼서 더 많이 복음이 전해지고 말라위에서는 더 많은 분들이 더 오래 일을 하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차정호 선교사 | 기사입력 2015/03/04 [04:21] 크리스찬 투데이